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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ROUTE LEADERSHIP LAB.

​"일을 일답게”

마인드루트는 조직과 구성원이 일을 일답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모든 활동을 지원합니다. 

"중간관리자들의 당혹감

 

꺼내 보일 수 있게 해줘야"​

중간관리자가 위기다. 일은 많고 책임질 일 투성이인데 권한은 적고, 변화는 무쌍하다. 팀원들은 나와 생각이 다르고, 모셔야 할 분들은 언제나 푸르른 서슬로 그 자리를 지킨다. 그 사이에서 중간관리자는 당혹스럽지만, 그래서 스트레스받고 힘들지만 해왔던 경험과 정신승리로 오늘도 버틴다. 2015년 2만 명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연구에서 조직 내의 상·하 직급에 비해 중간관리자의 우울증과 불안의 유병률이 훨씬 높다고 발표했다. 신체로 치면 위와 아래를 받치는 허리의 통증이 가장 심한 셈이다. 허리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 통증의 근원에 대해 먼저 찬찬히 들여다 보아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기업 임원 코칭과 조직문화 진단 전문가인 이경민 마인드루트리더십랩 대표가 위기에 처한 중간관리자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한다.

중간관리자 위기의 원인

중간관리자는 왜 위기인가? 우선 첫 번째로 조직의 변화 때문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기업들이 '직급 단순화'나 '호칭 파괴'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바야흐로 관료주의의 종말이다. 문제는 관료주의의 종말이 종국에는 중간관리자의 존재론적 가치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실무자와 의사결정권자 사이의 층이 얇아질수록 그 층을 채우고 있던 중간관리자는 존재 의의가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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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

두 번째로 새로운 세대와의 조우다. 과거 자신들이 받았던 트레이닝과 조직 적응 방식을 적용하기 힘든 새로운 생각과 행동방식을 가진 세대들이 조직의 과반수를 넘기 시작했다. 중간관리자들은 자신들이 배운 대로 중간에서 이들을 관리해야 하는데 과거의 방식이 이 새로운 세대에게는 먹히지 않는다. 1년 만에 30%가 퇴사하고 스스로 주목받기를 원하는 이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중간관리자의 새로운 관리 위험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 번째로 존재론적 고민이다. 윗세대들이 이미 임원급으로 승진했을 나이에 중간관리자들은 여전히 중간관리 트랙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거기에 더해 성과주의 및 젊은 리더에 대한 조직의 요구와 맞물려 연공서열대로 승진하던 관습이 적어지고, 자신의 팀원과 승진을 다투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되면서 중간관리자들은 위를 쳐다보기도 아래를 내려다보기도 어려운 존재론적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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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

여기에 한국만의 특수한 요소가 작용한다. 바로 감정을 외부와 공유하지 않는 '정서의 억제'가 한국의 중간관리자들에게서 매우 뚜렷하다는 점이다. 외국의 경우 자살자에 대해 자살한 이유가 무엇인지 평소 행적이나 언행, 주변 상황들을 탐문하여 심리적 부검을 실시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배우자에게 알려준다. 그러면 대부분의 경우 배우자들은 평소 그 문제로 상대가 오래 고민했다고 확인해 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4050세대 남성의 자살 사건에서 심리적 부검 결과를 배우자에게 알렸을 때 그 이유를 미리부터 짐작하고 있던 배우자가 매우 적다고 한다. 많은 경우 첫 반응이 “그런 일로 고민하고 있었는지 전혀 몰랐어요”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40-50대 남성들은 자신의 괴로움에 대해 가장 가까운 배우자에게까지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조직에서는 더욱 그러한 정서적 억제가 심해 중간관리자 중 자신의 감정이나 괴로움에 대해 조직의 상하 관계에서 털어놓는 일은 거의 전무하다.

'꼰대'라 할까 봐 어디 가서 말도 못 하겠어요

"경민님, 이 계약서에 사인하시면 됩니다"

최근 사무실을 옮기느라 공유 오피스 직원과 미팅을 했다. 직원은 필자를 "경민님"이라 호칭하며 친절히 계약 과정을 진행해 줬다. 20대의 젊은 직원이 웃으며 부르는 호칭은 요즘 많은 스타트업에서 적용하는 '이름+님'의 호칭이었다. 병원에서 오래 일하며 '선생님'이라는 말을 듣는 것에 익숙한 필자로서는 친절한 그 호칭이 이상하게 낯설었다. 분명히 존칭이고 IT 업체와 일을 하며 서로 '00님'이라 부르는 것을 자주 들었던 호칭이라 익숙한데도, 막상 필자의 이름 뒤에 그러한 호칭이 붙고 미팅 동안 여러 번 불리니 약간은 당혹스러웠다. 분명 존칭을 듣고 있음에도 선생님이나 대표님에서 경민님으로 존재가 낮아진 듯한 순간적인 당혹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러한 당혹감을 누구에게 말하기가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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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

필자는 왜 이런 당혹감을 느꼈을까. 그리고 왜 그것을 말하는 것이 부끄러운가? 그런 당혹감은 쿨하지(혹은 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평적 조직문화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징표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강의와 워크숍을 통해 많은 중간관리자들을 만난다. 그들은 여러 가지 사연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내면에는 그러한 당혹스러움이 녹아 있다. 내가 입사하고 자랐던 조직은 이런 모습이 아닌데, 지금의 변화는 너무나 빠르고, 나는 어떻게 이 변화 속에서 살아남아야 할지 고민스러워하는 당혹감이다. 그리고 어디에서도 그러한 감정을 나누지 못하고 속으로만 삭이는 모습들을 본다.

 

수평적 조직문화로의 전환이 업계의 화두다. 변화와 불확실성의 시대에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너도나도 수평적 조직문화를 도입하기 위해 분주하다. 이런 소식을 뉴스로 듣거나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을 때 우리는 '그럴 만하지, 당연히 그래야지'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우리가 속한 조직이 직급을 줄이고, 그래서 승진의 기회가 애매해지고, 호칭이 하나로 변경되고, 그래서 나보다 15년은 어린 직원과 내가 같은 호칭으로 서로를 불러야 하는 변화를 맞닥뜨린 순간 우리는 당황한다. 그리고 그 당황함을 티 나지 않게 누구보다 적절히 받아들인 것처럼 위장한다. 그 정도 위장쯤은 입사 이래로 늘 해오던 전술이 아닌가.

 

문제는 그러한 전술을 구사해야 하는 상황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단지 직급이 줄어드는 것만이 아니고, 단지 호칭이 과거와 달라진 것만이 아니고, 하루에도 몇 번이나 마음의 당혹감을 숨겨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이를테면 옆 머리를 시원하게 밀고 모히칸 스타일로 출근하는 팀원을 볼 때나, 낮 시간 동안 처리 못한 일을 하느라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 하는 내 앞에 해맑게 손을 흔들며 퇴근하겠다고 인사하는 팀원을 볼 때 표정을 관리를 하며 아무렇지 않게 위장해야 하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아버지 같은 스타일의 리더십이 당연했는데 지금은 그런 스타일로(이를테면 훈육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이끌면 대번 충돌이 일어난다. 내가 이 직원의 부모라도 되나 하는 심정으로 사소한 것도 챙겨주어야 하는 리더십을(어떤 의미에서는 어머니 같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들도 있다. 책상이 온갖 잡동사니로 뒤덮여 옆자리까지 넘어가는 직원에게 책상을 정리하라고 말해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에 중간관리자는 그런 것까지 생각해야 하는 자신에게 당혹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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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

나에게 익숙했던 조직 문화가 서서히 혹은 갑작스럽게 변하는 것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당황한다. 그리고 그 당황함이 시대에 뒤처졌다는 징표가 된 것일까 고민하며 빠르게 감정을 수습한다. 그러나 그렇게 겉으로 감정과 상황을 오픈해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이에 중간관리자와 실무진들의 세대 감각의 차이는 내면에서 점점 더 벌어진다. 억지로 젊은 세대의 감각을 맞추려 노력하지만 '청바지 입은 꼰대'라는 뒷담화가 가슴을 더 아프게 한다.

결국은 소통, 중간관리자가 느끼는 당혹감을 공론화할 수 있게 도와줘라

어떻게 해야 할까? 조직적으로는 우선 중간관리자들이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 공론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승진자 연수가 됐든, 중간관리자 교육시간이 됐든, 전략과 재무, 관리 등 하드웨어적인 교육에 더불어 중간관리자들이 겪는 스트레스와 특히 생각이 다른 세대를 이끌어야 하는 데서 오는 부담감, 그리고 그들과 잘 소통하는 방법 등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전문적 가이드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중간관리자들끼리 일과 성과에 관한 이야기를 떠나 자신들이 조직에서 느끼는 당황스러움과 그럼에도 세대를 쫓아가기 위해 나름 애쓰고 있는 것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만 마련해 줘도 세대 차이로 인한 중간관리자의 스트레스를 많이 경감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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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

개인적으로는 중간관리자 스스로가 세대 차이에 대한 감수성을 높게 가질 필요가 있다. 젠더 감수성처럼 나와 다른 세대의 사람들이 어떤 것을 불편하게 느끼고 어떤 이유로 그러한지 평소 관심을 같고 나의 생각과 비교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말이 팀원들에게 상처가 되는 이유는 지금이 ‘나의 때’와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의 변화를 알아주지 못하고 ‘나의 때’를 이야기하는 모습이 둔감하고 자기중심적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지금은 왜 ‘나의 때’와 다른지 어떤 부분들이 특별히 더 그러한지 살펴보고 직접 상대에게 물어보며 세대적 감수성을 키우는 일이 중간관리자가 세대의 변화 속에서 잘 적응하는 데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중간관리자들이 겪는 위기가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위기라 해도 그 해결책은 '소통'에 있다. 조직 내에서 중간관리자가 위기라고 생각한다면, 그 위기에 대해 서로 오픈해 이야기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될 것이다.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가면 의사가 언제부터 아팠는지, 어떤 양상으로 아픈지 자세히 문진하고 검사하는 것처럼, 위기의 중간관리자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보고 듣는 노력만으로도 위기의 해결의 첫 단추는 잘 꿰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 이경민 마인드루트리더십랩 대표 / 정신과 전문의

필자 약력

- 現 마인드루트리더십랩 대표

- 現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외래 교수

- 現 한국임상예술학회 특임이사

- 前 용인정신병원 진료과장

- 前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Medical Director

- 前 용인정신병원 WHO 협력기관 Research Coordinator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및 석사

인터비즈 장재웅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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