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ROUTE LEADERSHIP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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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하게 '끼어버린 세대'...
80년대생들 "우리도 힘들다!!"
매사에 설명을 해 달라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일할 시간도 모자른데 설명을 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갈 판이에요
밀레니얼 세대가 조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면서 이들에게 기업이 가지는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밀레니얼을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한 방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책이나 컨텐츠 등도 인기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구분은 다소 모호하다. 일반적으로 80년대생부터 2000년대 초반생까지를 밀레니얼이라 하는데 사실 이 구분은 한국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 만큼 한국의 현실과는 좀 동떨어진 느낌이 있다. 이를테면 외국의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두드러진 특성이 한국의 80년대생 밀레니얼들에게는 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자기주장이 강하다" "조직에 충성하기보다 자신에게 충성한다"는 등의 특성에 대해 한국의 80년대생들에게 질문하면 자신들과는 좀 거리가 멀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출처 동아일보
오히려 조직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90년대생들이 위의 특성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조직에서의 세대 구분은 베이비붐세대(1955~1969년생), X세대(1970년대생), 밀레니얼보다 60년대생, 70년대생, 80년대생, 90년대생 등 출생연도별로 10년씩 묶어서 구분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90년대생인 20대 후반과 80년대생인 30대 초중반은 같은 밀레니얼세대지만 조직에서 보이는 행태나 의식구조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X세대도, 그렇다고 일반적으로 분류되는 밀레니얼 세대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80년대생들은 '끼인 세대'다. 끼인 세대로서 조직에서 말 못할 고충을 안고 살아가는 80년대생들을 DBR283호를 요약해 재조명한다.
X세대와 90년대생 사이에 끼인 '공포 세대' 80년대생... "힘들다"
80년대생은 '공포 세대'다
심리학자 김태형 작가의 <트라우마 한국 사회>
80년대생들은 왜 90년대생들을 힘들어하는 걸까? 80년대생들은 사실 자라면서 사회의 많은 변화들을 겪었다. 개인주의를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세대임과 동시에 군대식 문화가 공고히 자리 잡혀있던 세상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대다. 또, 일찍이 세상에 대한 공포를 체감하며 자란 세대다. 90년대 가속화된 '세계화'는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춰야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아야했고, 사교육 열풍이 불면서 공부하는 기계가 되었다. 또,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평가받았다. 97년 불어닥친 외환위기로 인해 부모 세대가 실직하고 거리에 나앉는 모습을 보며 80년대생들은 공포에 떨어야했다.
어렵사리 취업한 후에는 또다른 고난과 마주해야했다. 80년대생들의 사고방식은 이전 세대에 비해 개인주의적이고 개방적이었지만 사회 내 절대다수가 지키는 규범을 따라야만 했다. 평생을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아왔고 공포에 떨며 순응해온 세대였다. 조직에서도 기득권 세대들이 기대하는 바와 사회생활 등을 몸으로 익히며 순응해나갔다. 어느 세대보다 공포에 익숙하고 적응한 세대인 80년대생들은 '순응하는 것'에 익숙했다.
출처 게티이미지
이런 이유로 80년대생들은 자신들처럼 조직에 순응하려 하지 않는 90년대생들이 불편하다. 동시에 자신들을 그렇게 조직에 순응하도록 억압한 베이비붐세대와 이를 방조하고 독촉한 X세대에게도 불편한 마음이 있다. 특히 30대들에게 40대란, 말이 통할 것 같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조직의 논리를 펴면서 자신들을 옥죄는, 즉 말리는 시누이 같이 양가감정이 드는 존재다. 이렇게 마음으로 불편한 여러 세대 사이에서 80년대생들은 조직의 큰 기대와 책임에 직면하고 있다.
조직은 조직 인력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80년대생들에게 실무적 영역에서의 활약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세대들 사이를 화학적으로 잇는 가교가 되기를 기대한다. 조직의 논리를 배워야 할 90년대생들을 품고 점차 고립돼가는 40대와 50대를 이해해주며, 그들의 말을 90년대생들에게 잘 전달해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러나 80년대생들의 마음속은 복잡하다. 조직에서 원하는 가교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다른 세대들을 이해하고 품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다른 세대들도 불편하다" 80년대생들이 다른 세대들을 불편해 하는 이유
그렇다면, 어떻게 80년대생들이 조직의 세대 갈등을 융화하는 진정한 가교로서 역할을 하도록 도울 것인가? 그 방법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왜 80년대생들은 다른 세대를 불편해 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1) 80년대생들은 90년대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세대도 불편하게 여긴다. 주된 이유는 자존감의 손상이다.
80년대생들은 다른 세대보다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성장했다. 부모의 집중적인 양육과 부모의 바람을 내면화해 '나는 남과 다르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라는 자의식을 가지고 사회로 나왔다. 그러나 현실은 수월치 않았다. 취업에 필요한 스펙 경쟁은 엄청났고 취업 문은 좁았다. 힘들게 입사했지만 조직은 신분제로 움직이고 발언권도 신분에 따라 제한됐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상층부로 전달되기 어렵고 상사가 시키는 일만을 수행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80년대생들은 정신분석적 용어로 '자기애적 손상(narcissistic injury)'을 입는다. 이는 곧 자신을 힘들게 한 외부에 대한 반감으로 전환된다. 회의 시간마다 매출이 인격이라고 말하는 50대 전무님에 대한 반감, 막아주지는 못할 망정 불러서 조곤조곤 정신교육을 시키려 하는 40대 부장님에 대한 실망, 가뜩이나 힘든데 눈치 없이 자기 위주로 행동하는 20대 직원에 대한 짜증이 겹쳐 모두가 피곤하고 싫어진다.
출처 게티이미지
(2) 또,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주변에 대한 반감이 높아질 수 있다.
조직에 들어오면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 그 능력에 따라 탄탄대로가 보장되리라 믿었는데 현실은 비루하고 지루하다. 답이 없는 회의와 끝없는 책임 미루기, 쏟아져 오는 참조 메일 속에 일에 집중할 시간은 적고, 일의 성과는 더디다. 업무 시간의 많은 부분이 일의 본질과 상관이 없는 문서 꾸미기, 의전, 불필요한 회의 등으로 채워진다. 80년대생들은 입사 첫날부터 중요한 일을 하기 바라고 업무적으로 크게 성장하기를 기대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인한 박탈감이 그들을 힘들게 한다.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은 ‘나는 왜 이렇게 지내야 하나’ 라는 피해의식을 갖게 하고 그러한 마음은 다시 자신을 둘러싼 다른 세대와 사람들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진다.
출처 채널A
(3) 조직과의 경계(boundary)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외부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날 수 있다.
80년대생들과 기존 세대의 큰 차이 중 하나는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기존 세대는 조직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조직에서 인정받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조직과 나의 경계는 희미하고 조직을 위해 헌신 가능하다. 반면에, 80년대생들은 조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조직=나’라는 공식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베이비붐세대부터 X세대에 이르기까지 조직에서 인정을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평생직장이기 때문에 조직에서의 인정은 노후, 경제적 부, 사회적 지위와 같이 나의 모든 것을 보장해주는 보증수표였다. 그러나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80년대생들에게 조직의 인정이란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성취일 뿐 황금 사다리가 아니다. 오히려 조직의 인정은 그만한 희생을 요구하고, 그러한 희생은 종종 경계를 넘어서까지 진행된다.
80년대생 좀 더 이해하기...'경계'에 민감한 그들
(1) 80년대생들은 '경계'에 민감하다
80년대생들은 경계에 민감한데 우선 부모 세대인 베이비붐세대와의 연관성을 살펴봐야 한다. 베이비붐세대는 자녀들의 어린 시절에 그랬듯이 성인이 된 자녀들 주변을 맴돌며 필요한 경제적, 물리적 지원을 하길 바란다. 결혼한 자녀들도 그들의 도움 없이는 맞벌이를 유지하기 힘들어 양측의 암묵적 동의에 따라 두 세대간의 분리가 다른 부모자식 세대의 분리에 비해 늦춰지는 경향이 있다. 즉, 경계가 불분명하다. 경계가 모호한 만큼 80년대생들은 부모에 대해서도, 조직에 대해서도 자신의 경계를 지키는 것에 대해 민감하다. 부모의 도움을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도움 때문에 부모에게 좌지우지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있다. 마찬가지로 조직이 자신을 통제하거나 구속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감이 있다. 그래서 조직의 인정을 받기 위해 많은 걸 희생하던 기존 세대와 달리 80년대생들은 어디까지나 계약적으로 움직이기를 원한다. 주고받기에 맞게 계산적인 관계를 기대한다.
(2) 위계적 '조직구조'는 있어도 위계적 '인간관계'는 없어져야
"나 때는 말이야" "내가 다 해봤는데 그건 아니지"와 같은 말을 듣는 80년대생들은 조직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자신의 경계가 침범됐다고 느낀다 | 출처 동아일보
어떻게 하면 이러한 80년대생들의 내적 상처를 아물게 하고, 조직의 진정한 허리로서 위와 아래 세대를 이어주는 역할을 감당하게 할 수 있을까? 우선, 80년대생들의 자존감에 손상을 주지 않을 만한 근무 환경이 필요하다. 그들이 자존감에 손상을 겪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세상의 중심으로 살아온 그들에게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조직의 흔한 부품 중 하나일 뿐이야’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진다는 것이다. 그들이 맡은 일이 그 사실을 떠올리게 하고, 회의 때 고개 숙이고 들어야 하는 상사의 잔소리가 그 느낌을 되살린다. 또, 입사한 첫날부터 존중받을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의 구조는 업무의 특성상 위계적이고 수직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인간관계에는 갑을이 없다. 아무리 위계적 조직이라 해도 인간관계는 평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서로의 경계를 지켜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경계를 침해해도 된다는 생각 자체가 매우 수직적인 인간관계를 함축하기 때문이다.
(3) 조직 구성원은 가족이 아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또 다른 측면에서 경계를 침범하는 예는 “우리가 남이가” 혹은 “가족같이”라는 말이다. 80년대생들은 입사를 고려할 때 회사 홍보 문구에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으면 거른다고 한다. 그만큼 80년대생들에게는 조직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한 기대 수준이 기존의 세대와 다르다. 평생직장으로 입사하면 수십 년을 한 직장에서 또는 한 부서에서 동고동락했던 기존 세대에겐 집에 잠시 들어가 옷 갈아입으며 보는 배우자보다 더 가까운 사람들이 조직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에게는 말 그대로 동료가 가족이었다. 입사 동기는 나의 형제고, 사수는 10년이 지나 다른 부서로 옮겨간 후에도 여전히 나의 스승이자, 형님이시다.
그러나, 80년대생들에게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같이 조직 생활을 하는 동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직도 잦아져 한 회사에 오래 머물지 않는 요즘, 눈앞의 선배가 모든 것을 알려고 하고 모든 시간을 같이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부장님과의 월요일 저녁 식사를 순번을 정해서 때우면서 밀레니얼 직원들은 생각한다. ‘부장님은 가족들이랑 밥 먹는 걸 싫어하나? 왜 굳이 우리와 먹으려 할까.’ 이제 우리가 남인 것을 받아들이는 조직문화의 확립이 필요하다. 우리는 남이고 서로의 필요를 위해 잠시 한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이다. 누군가에게는 그들이 가족으로 보일지라도 그들에게는 내가 남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그렇다면, 80년대생들은 조직을 위해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반대로, 80년대생들은 조직을 위해 어떻게 변하는 게 좋을까? 우선, '나는 특별하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런 일하러 입사한 거 아닌데요"라고 말하기 전에 그런 일들을 해야 내가 원하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 SNS로 조각된 세상을 실제 내 세상과 비교하지 말자.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우리 삶은 멀리서 보면 좋게 보인다. SNS상에 탄탄가도를 달리는 것 같은 나의 친구도, 전 직장 동료도 옆에서 보면 오르고 내리는 인생의 굴곡을 피할 수 없다. 공연한 비교로 마음을 다치며 진짜 내 세상과 조직을 미워하지 말자.
다음으로 조직에서의 내 책임을 생각하자. 윗세대를 비판하고 아랫세대의 생각 없음을 답답해하기보다 그들을 사이에서 이어주고, 더 나은 조직문화를 만들어낼 책임이 조직의 과반수를 구성하고 있는 80년대생들의 사회적 책임임을 기억하자. 내 마음에 맞는 상대만 골라서 살 수 있는 세상은 애초에 없다. 동아리나 동호회가 아닌 이상 내 맘 같지 않고, 별난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을 배우는 것이 조직이다. 그러므로 조직이, 그리고 다른 세대가 나를 이해 못하고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하기보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대상인지를 생각해보자.
그들만이 내게 영향이나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나도 그들에게 영향 혹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부부 치료를 할 때, 부부들이 가장 많이 변하는 포인트가 저 사람 때문에 내가 못 살겠다고 생각해서 부부상담을 왔는데 듣고 보니 저 사람도 나 때문에 힘들고 괴로워한다는 것을 듣고 알게 될 때다. 관계의 상호성에 대해 느끼게 될 때, 그래서 이 관계에 내 책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부부들은 변하기 시작한다. 80년대생들도 낙후한 조직문화를 맞닥뜨릴 때, 조직에 적응하기보다 분란을 일으키는 것 같은 후임을 볼 때, 다른 세대를 쉽게 판단하고 비판하기보다 우리는 이 환경에서 무엇을 기여하고 있고 무엇을 바꿀 수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83호
인터비즈 김동섭 장재웅 정리